종교에 관심이 있다면...<The Man From Earth> 추천.

2014. 12. 8. 09:00etc/영상읽기


The Man From Earth
영화는 시종 대화로 진행된다.


정말 우연히 검색을 통해서 이 영화를 추천하는 글을 보고 정말 충동적으로 보게 되었다. 어떤 CG나 특수효과도 없이 시대를 넘나드는 영화라는 설명이었다.

 

2007년 작인데, 2014년에 보게 되다니. 국내에 이의 연극 버전이 상영되고 있다고 한다. 내년 2월 하순까지라고.

 

종교에 관한, 특히 기독교에 관한 신성모독적 영화라면 몇 편이 생각난다. 그러나 그런 영화들에 비해서 더 뛰어난 ‘신성모독적’ 효과를 이 영화는 보여준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신성모독을 ‘내러티브의 효과’로 달성해 내고 있다는 면에서 이중적 ‘신성모독’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 그리스도를 원시 동굴인으로 그려, 사람들이 믿고 있는 '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말하는 데에서, 

2. 성서조차도 결국 '내러티브의 효과'-그럴듯한 이야기를 사람들이 믿음으로써 '진실'로 받아들여지는-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지적한다는 점에서

 

내러티브는 이야기 내적으로 진실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야기 외적으로 그것과 충동하는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이상, 그리고 이야기 내적 논리가 붕괴되지 않는 이상은 그 진실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유(類)의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준, 그래서 ‘신화’가 탄생하는 방식을 보여준 것으로 여겨진 <빅피쉬>(2003)라는 작품이 있다.

 


아버지의 회상은 적절한 허풍과 과장이 덧붙여져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탈바꿈 한다. 영화의 마지막에 아버지의 ‘지어낸 이야기’를 내내 못마땅하게 여기던 아들이 바통을 이어 받아 허구적 이야기를 완성하게 된다. 그렇게 큰 물고기의 신화가 완성되는 이야기였다.

 

<The Man From Earth>의 크로마뇽인 주인공, 불사의 주인공이란 설정은 <하이랜더>를 떠올리게 한다. 가 영화에서 이 소재는 판타지적 영웅서사시로 비슷하게 가공되지 않고, 지적 담화 속에 담겨진다. 그 이야기는 적절한 장치들(등장인물들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를 이용해서 영화 속의 ‘진실’에 근접한 이야기로 탄생한다. 반증도 증명도 할 수 없는 성격의 이야기. 사람들로 하여금 믿고 싶어지게 만드는 이야기. 그리고 몇몇 주변적 정보는 이제까지 밝혀진 지식에 부합한다.

 

그림, 석기 등의 요소는 이 이야기의 ‘진실성’를 교묘하게 부추긴다. 영화 이야기를 ‘진실’로 보이게끔 하는 이러한 장치들을 배경으로 한 주인공의 이야기 자체는 최초의 설정(不死者) 만을 제외한다면 아주 그럴 듯하게 다가온다. 자 이런 이야기와 ‘신화’와의 거리는 얼마나 되는가? 아무래도 이야기를 듣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무엇을 참이라고 할 것인가? 증거는 보이지 않는데.

 

영화는 물론 자신들의 허구적 이야기가 영화 내에서는 ‘진실’이었음을 보여주고 끝이 난다. 그러한 진실은 허구적 이야기에 담겨 있고, 그 허구적 이야기에 어느 종교의 신화는 해체되어 버리고 말았다. 아니 그런 식의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이리라. 물론 불교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에 대한, 게다가 몇몇 역사적 무대의 중심에 선 것의 ‘작위성’에 대한 의구심이 일어나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 아무렴 어떠냐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그럴 듯한 이야기가 어떤 ‘진실’를 담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불편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종교에 담긴 이야기에도 그럴 듯한 ‘진실’가 담길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초현실적이기에 결코 그런 가능성을 생각할 수 없게 만들지만, 그런 데에 조차도 ‘진실’이 담겨있다고 사람들이 믿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이야기 자체의 진실성을 판단하는 데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인간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데에 이야기의 내용과 형식의 한계는 사실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의 놀라운 ‘진실성’를 담보로 이득을 취하는 종자들의 분탕질이 물을 흐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인물들의 대화만으로 이렇게 흥미로운 종교-신화-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상상해 볼 수 있다니, 거기에 놀라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영화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이런 저런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아, 물론 종교에 관심이 없어도 즐거운 영화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