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경향포럼 후기: 실제 참관기(오후)

2018. 1. 31. 21:32여행, 답사, 참관

2017년 6월 28일에 있었던 행사인데, 정리가 이렇게 늦어졌다. 그 동안 나름대로 여유가 없이 빠듯하게 지내서 이것을 정리하는 데 마음을 쓸 수 없었다. 지금이라고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간단히 마무리를 지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2월이 오기 전에 정리해 두고자 한다.


경향포럼과 관련해서는 전에 두 개의 글을 썼었다.


2017년 경향포럼 참관기를 쓰려다가 쓴 '나에게 4차 산업혁명이란' 정도의 글


2017년 경향포럼 후기: 실제 참관기(오전)


사실 경향포럼에 대한 핵심적 인상은 이 두 글에 다 정리를 한 것 같다.


오후 순서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정리하고 느낀 점을 기록해 두고자 한다. 첫 번째 글을 썼을 때보다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에 조금은 긍정적인 생각을 품게 되긴 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이 글 말미에 언급할 생각이다.


반년 전 이 행사의 오후 순서는 아래와 같다.



오후 1시 축사 전에 '행운권 추첨'이 있었다. 경품이 좋은 것이었지만 나와 인연은 없었다.


축사야 뭐 그런 그런 이야기였다.


오후 강연 #1


이시구로 히로시의 강연은 '로봇, 안드로이드 그리고 우리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말끔하게 생긴 과학자는 아니었다. 어딘지 음침해 보이는 인상. 사람 비슷하게 생긴 로봇, 안드로이드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로봇의 완성도는 아직 한참 부족해 보이지만.


본인이 제작한 안드로이드로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휴머노이드나 안드로이드가 인간 삶의 곳곳에 침투하게 될 것이고,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며, 인간을 닮은 로봇이 인간 정체성, 각종 추상적 가치(아름다움, 멋 등)를 재고하게 되는 철학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였다.


그의 이야기를 뒷받침할 만큼 안드로이드가 인간에 근접한 모습을 보였다면 더 매력적인 강연이 되었을 것 같다. 굳은 인상, 젠체하는 분위기가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었다. 안드로이드 로봇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들을 잘 소개해 줬다는 면에서 알맹이가 없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4차 산업혁명'의 분위기를 실감하기엔 다소 미흡했다.


강연평가: ★★★


오후 강연 #2



뇌과학자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김대식의 강연이 그 다음이었다. 제목은 ‘뇌 과학과 인공지능의 미래’였다. 뇌과학과 인공지능과 관련된 강연을 여럿 들은터라 그다지 인상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을 '지능'의 혁명으로 정의하고, 인공지능+빅데이터 등으로 혁명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음을 설파하였다.


강연평가: ★★★



오후 강연 #3


로런스 켐밸 쿡, 페이브젠 창업자 & 대표이사의 '인간vs기계: 우리 도시의 미래'를 주제로 한 강연이었다.



배우 한 명이 떠올랐다.



미드 〈맨탈리스트〉의 샤이먼 베이커. 생긴 게 비슷하다고 볼 수는 없겠는데, 뭔가 이미지가 겹쳐지는 느낌이었다. '-꾼'의 스멜을 맡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직함에서 나오듯이 '페이브젠'이라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술 발전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기술로 인해 발생하는 side effect를 걱정해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인간은 발전된 기술로 계속 생존해 가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페이브젠' 이야기로 넘어간다. 걸어다니면서 에너지를 만들고, 거기에서 데이터도 생성하는 것이 '페이브젠'이라고 한다.



서울에서도 페이브젠 설치 프로젝트가 진행된다고 한다. 상당히 유명한 프로젝트가 '축구장 발전'이었던 것 같다. 브라질과 나이지리아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국내에 이에 대한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뛰어 다니면 전기 생산되는 축구경기장…에너지 부족 아프리카 희망의 상징"(헤럴드경제)


기술 발전으로 디스토피아를 상상할 게 아니라 발상을 전환해서 기술 발전으로 인간의 삶을 더 이롭게 하는 프로젝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자기 회사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홍보가 뒤섞여 있어서 다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이 마이너스였지만, 강연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인상적이었다.


강연평가: ★★★☆



오후 패널토론



외국인 패널들은 새로운 기술과 그것이 야기하는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중심으로 논의했고, 한국인 패널은 기업체에서 나와서 그런지 기술발전을 위해서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식의 논의를 전개했다. '기업과 정부의 역할' 파트는 너무도 뻔한 이야기들이여서 흥미롭지 않았다. 게다가 기업들이 기술발전을 위해서 정부를 닥달하는 인상을 줘서 별로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패널토론: ★★



세 번째 세션, '시작된 변화, 새로운 전략'


오후 강연 #4



캐서린 파슨스의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언어'라는 강연이 다음 순서였다. 이 양반의 강연은 다 듣고 나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다시 보게 되었다. 이날 강연에 나선 강사들 중에서 가장 심하게 '약장사'를 한 인물이지 싶었다. 테슬라 부사장이나 캠벨 쿡 페이브젠 대표나 어느 정도 홍보성 강연이었는데, 그래도 파슨스 정도의 수준보다는 정보와 비전이 의미있었다고 할 수 있다.


캐서린 파슨스는 '코딩 열풍'에 기댄 교육사업을 이야기하였다. 물론 앞으로의 시대에 코딩이 무척 중요해지리라는 건 명확한데, 그 이야기를 하면서 하루 만에 2년여 커리큘럼을 마스터하게 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이야기하는 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야기를 무슨 복음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하고 있었다. 관련 분야나 파슨스가 세운 회사의 프로그램 등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인상적으로 평가하는 한계가 있지만 전달되는 이야기 자체만으로는 별로 신뢰를 가질 수 없었다. 정말 '약장수' 느낌. 그 실상을 이해할 수 있는 프리젠테이션이 이루어졌다면 좀 달랐을 것 같기도 한데, 2년을 하루로 줄인다는 말에는 당최 신뢰를 보낼 수가 없으니...


강연평가: ★☆


오후 강연 #5



우리 부부를 초청해 준 감동근 교수의 강연이 이날 마지막 순서였다. 강연 제목은 '인공지능 시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였다. 전전 글에서 소개한 감선생의 강연도 이미 봐 둔 터라, 이 주제에 대한 감선생의 강의 방향에 대해서는 예상을 했는데, 강연이 내 예상대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감선생은 '한국형 알파고'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을 이야기했다(이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었음). 프로젝트 전개는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한국적 상황'을 보여준다. 일본과 중국은 알파고를 향해서 착착 전진해 가고 있는 와중에 국내 바둑 인공지능 개발자+프로기사+감교수, 이렇게 '한국형 알파고' 프로젝트를 띄우기 위해서 동분서주 해 보았고, 청와대에 가서 이야기한 바도 있다고 한다. 2-3억짜리 사업이 겨우 진행되다가 바둑 인공지능 개발 프로그래머가 더 큰 규모의 사업을 위해 이탈하면서 2-3억짜리 사업이 중단되었는데,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미래부가 사업을 중단해서 해당 프로젝트가 붕 떠버렸다고 한다.


기업체 지원도 실패했고, 국회 공청회도 하고 조훈현 9단 의원이 입법 지원에 나섰는데, 새누리->한국당으로 넘어가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그마저도 무산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2017년 6월 말)는 open research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카카오브레인과 한국기원이 협력해서 딥러닝 오픈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는데, 기보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구글 같은 경우는 돈을 지불해서 16만개의 기보를 확보했었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그만큼 돈을 투자할 곳이 없는 실정인 것 같다.


한국에는 딥러닝 전문가도 별로 없다고 한다. 


바둑 기사의 경우는 이제 인공지능을 이기기 힘든 상황인데, 대중의 관심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이 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부분은 그렇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모든 경기에서 스토리텔링이 될 만한 극적 구조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으니 말이다. 지나치게 작위적인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니 말이다. 


바둑기사들 입장에서는 '인공지능'이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 한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설 자리를 잃는 직업군들은 이런 식의 '대책'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인공지능 개발의 3요소로 1) 머신 러닝 알고리즘(주요 라이브러리 오픈 소스, 크게 문제 될 게 없는 실정), 2) 하드웨어(한국이 이 부분에 대응을 못할 상황도 아닌 것 같다), 3) 데이터(이것이 관건이라고)


데이터 확보가 관건인데, 사용자(개인/기업)가 어떻게 하면 기꺼이 데이터를 제공하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가령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든지. 비즈니스 모델만 있으면 틈새 시장 얼마든지 있으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모델'을 만드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공공이 확보하고 있는 데이터를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민간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를 할 필요가 있고,  민간이 보유한 데이터를 공공 서비스나 정책 결정에 활용하면서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는 모델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하였다.


그의 강연은 알맹이가 있다. 뜬구름 잡는 소리만 늘어 놓는 강연들과는 다른 느낌이다. 인공지능에 관심있는 사람, 실제로 무언가를 해 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도움이 되는 정보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문외한이 듣기에는 '아주' 다소 전문적인 느낌이다.


강연평가: ★★★★☆




결론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면, 위 포럼은 약파는 강연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 것처럼 이 개념이 '실질적 의미'를 갖는다기 보다는 하나의 '비전'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마케팅용으로 활용하는 것 같고, 정부에서는 새로운 먹거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하나의 정치적 선전용으로 활용하는 것 같은 인상이 지배적이다. 참고: 4차 산업혁명, 용어의 유행과 본질 


이게 하나의 실질적인 흐름을 만들 수 없느냐 하는 문제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믿음이 현실을 구성하는 것은 어디에나 있는 일이니 말이다. 그 비전과 꿈이 얼마나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느냐를 따지는 수준은 이미 넘어선 것 같은 기분이다. 이미 현실의 많은 부분을 해당 담론이 지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 국가 예산도 그와 관련해서 상당량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분명 이건 하나의 '시장'이 열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서 '한 몫'을 잡지 못하는 건 어리석은 것이 될 것이다. 사회적 자원이 그런 '꿈'에 투자되는 건 사실 그렇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많은 비용이 투여되어야 할 것이니,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일이다. 지난 정부에서 자원외교로 정부 혈세를 낭비한 사례를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열차가 이미 출발해 버렸다고 하이애나처럼 달려드는 데 열중할 게 아니라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정부의 '묻지마 투자', '알음알음 투자'를 견제하는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자들 입장에서는 이게 우리 시대의 하나의 '믿음 체계'로 스며들고,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규정해 나가는지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물론 새로운 기술 환경에서 인간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고 어떤 문제가 생기는가 하는 이야기도 하게 되리라 본다.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전자는 인문학자들에게 적합한 활동이지만 후자는 소설가, 극작가, 영화시나리오 작가 등에 적합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국가 예산은 후자의 사안에도 활용될 것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