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력 '1월 1일'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2019. 5. 3. 22:50실종리폿/시간 이야기

이 이야기는 애초 2019년 새해 첫 '노이질러'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일부 정리한 것인데, 완성을 보지 못해서 묵혀 두었던 것이다. 잠깐 짬이 나기도 했고, 계속 묵혀두기 그래서 정리해 올려둔다. 원래 구상은 한참 더 길게 써서 완성하는 것이었는데, 그러려면 계속 묵혀두어야 할테니까. 그 이유 중 하나가 천문학이 전문분야가 아니라서다. 적당히 포기하고 글을 올린다. 당연히 글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지적질'은 대환영.

인간의 시간과 자연의 시간(2)는 '음력'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다. 그 이야기는 조만간 정리해 볼 요량이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해당 편을 들을 수 있음.


 

양력 '1월 1일'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런 질문은 어색해 보인다. 그런 게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가?

 

그런데 시간은 존재하지만 그 마디를 규정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 질문은 당연한 질문이 된다. 하루를 24시간으로 하고, 그 하루가 7일이 모여 1주일이 되고, 30일 혹은 31일, 경우에 따라서는 28일 혹은 29일이 모여 한 달이 되며, 365일이 모여 1년이 된다.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시간의 단위들이다(하루가 24시간으로 표현되는 것도 따질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의 글을 참고하라. "21억년 뒤 하루는 30시간!? 유후~").

 

시간의 분절은 어느 정도의 천체관측에 기반한 인간의 임의적 선택의 결과물

 

이 시간의 단위들이 천문현상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하루나 1년은 각각 해가 뜨고 지고 다시 떠오를 때까지의 시간과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을 뜻한다. 그런데 우리가 대충 하루를 24시간이라고 하는 것과 1년을 365일이라고 하는 것은 실제 천문현상으로 관측되는 시간과는 미세하게 차이가 있다. 우리가 보통은 의식하지 않지만 조금만 자료를 들춰봐도 알 수 있으며, 윤일이나 윤년을 두고 있는 걸 떠올려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다. 대략 23시간 59분 38초~24시간 00분 30초 사이에서 변화한다고 한다. 1년은 정확하게 365일이 아니라 기준에 따라서 다소 다르지만, 태양년(지구 중심으로 볼 때 태양이 한 바퀴 도는 것)으로는 약 365.242일이고 항성년(태양 중심으로 지구가 한 바퀴 도는 것)으로는 대략 365.256일이다(*). 균일하게 딱 정해진 주기가 아닌 미세하게나마 변화하는 주기를 갖게 되는 것은 지구가 자전하면서 타원궤도로 공전하는데, 주변의 천문현상에 의해 계속 미세하게 요동치며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차이가 크지 않아서 적당히 오차를 모아서 윤초, 윤달(4년마다 2월에 29일이 있는 경우)을 두어 달력과 천체운동의 차이를 해소하시키고 있다.

 

* 태양년과 항성년에 대한 보다 정확한 개념과 차이의 이유에 대해서는 "항성년(sidereal year)"을 참고.

 

지구 자전 속도는 계속 변한다

 

이미지 출처: https://sureshemre.wordpress.com/2014/04/26/difference-between-sidereal-day-and-solar-day-on-earth/

 

이런 이야기를 할 때, 태양일(solar day)과 항성일(sideral day)을 이야기한다. 전자가 지구 기준으로 해가 한 바퀴 도는 것이고, 후자가 순수하게 지구가 한 바퀴 도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차이가 나는 것은 지구가 자전하면서 공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자전 속도가 변한다고 한다(난 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이런 정보를 배우지 못했다. -_-;;).

 

현재는 24시간에 가까운 '하루의 길이'가 과거에는 더 짧았는데, 앞으로는 더 늘어난다고 한다. 지구의 자전은 최후의 소행성(혹은 원시행성) 충돌 사건으로 결정되었다고 추정되고 있는데(현재 유력한 모델로는 5-6시간 만에 자전했다고 한다. 이때의 1년은 약1600일), 태양과 달의 조석력으로 그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다고 한다(그래서 지구와 달의 거리도 아주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고 한다(3.8cm/y)).

 

존 웰스는 지구 자전 속도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보여주었다. 캄브리아기 산호 화석에 나타난 성장선(나무의 나이테처럼 시간의 마디를 보여준다)을 이용해서 지구의 자전 시간이 변해왔음을 보여주었다(위 한겨레 기사, "21억년 뒤 하루는 30시간" 참고). 방식은 연간마디 안에서 일일 성장선의 수를 체크하는 것이었다. 

 

4억 년 전에 살았던 산호에는 1년에 약 400개의 성장선이, 3억 년 전에 살았던 산호는 1년에 390개의 성장선이 있었다. 성장선이 줄어든다는 것은 1년의 날수도 계속 줄어든다는 의미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주기, 즉 1년은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1년의 날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곧 ‘하루’가 길어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21억년 뒤 하루는 30시간", 한겨레 기사, 2006. 12. 4)

 

해당 논문의 서지는 다음과 같다. "Coral Growth and Geochronometry," Nature, 197 (4871): 948–950. doi:10.1038/197948a0.

 

산호의 성장선으로 시간의 흐름을 측정할 수 있다. 위 논문에 실린 이미지는 아니다.

이미지 출처: https://agatelady.blogspot.com/2012/02/length-of-our-day-is-getting-longer.html

 

 

'인간의 시간'과 '자연의 시간'의 차이

 

역법(曆法)은 이렇게 인간에게는 '불규칙'(변한다는 의미에서)해 보이는 자연의 시간을 인간의 필요에 맞게 가공한 결과물(인간이 쓰기 편한 일정한 패턴으로 바꾼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차이는 항구적인 것이다. 자연의 시간은 계속 변화할 것이고, 그에 맞춰서 사람들은 역법체계를 계속 수정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차이가 현재로서는 인간이 사용하는 시간의 스케일에서 아주 미미한 차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많이 달랐다. 양력체계든 음력체계든 지금보다는 상당히 부정확했다. 서양의 역법 발전사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율리우스력은 355일, 12달의 1년 체계를 갖고 있었던 이전 역법 체계에 기초를 둔 것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율리우스 카이사르 때 제정된 것이다. 이전 역법 체계가 자연시간과 격차가 상당히(알려지기론 30일 정도) 나 버려서 문제가 많던 것을 카이사르 같은 독재자가 나서서 교통 정리를 한 것인데, 1년 365.25일로 두는 체계였다(4년에 한 번 하루의 윤일을 두는 체계).

 

이것도 자연시간과는 차이가 있었다. 자연시간 1년은 약 365.24219일로 율리우스력으로는 시간이 늦어지게 된다. 이게 128년에 하루의 오차가 생기고 1280년이 흐르면 10일의 오차가 생긴다(달력으로 12월 21일이 실제 날짜는 12월 31일이 되는 상황). 기독교 사회에서 중요한 날짜가 부활절을 정하는 것인데, 그 날짜가 춘분과 연동되어 있었다(325년 니케아 공의회, '춘분 보름 이후 오는 첫 번째 일요일이 부활절'). 그러다보니 역법의 오차에 민감할 수 있었다. 율리우스력의 다음 역법이 당시 교황의 이름을 따서 '그레고리력'이라 하게 된 배경이다. 우리가 지금 쓰는 달력도 이 그레고리력이다. 율리우스력을 기본 베이스로 하되, 100년 단위에서는 400년 주기로만 윤년을 넣는 방식으로 400년에 윤년을 100회에서 97회로 줄인 역법 체계다.

 

이것도 인간의 시간과 자연시간에 오차가 있긴 하다. 더 긴 시간 주기로 윤년을 어떻게 집어 넣고 빼느냐 하는 식으로 대충 맞춰서 몇 만년은 퉁칠 수 있는 상황이라 역법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일은 앞으로 한참은 없을 것 같긴하다. 게다가 천문관측이 정밀해지면서 윤초를 도입해서 몇 년마다 시간을 정밀하게 맞추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 해도 자연의 운행은 변동이 있기 마련이고, 역법은 미세한 수준이라도 계속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1월 1일'은?

 

언제가 새해의 시작점이 되어야 할까? 지금의 1월 1일은 뭔가 기점으로 삼을 만한 특성이 있을까? 1월 1일은 천문학적으로도 애매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동지로부터도 떨어져 있고, 춘분이라면 더욱 그렇다. 1월 1일이 천문현상과 다소 떨어져 있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1월 1일을 잡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현재 그레고리력에 따라 양력 1월 1일을 정하고 있으니 서구 역법체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여다 봐야 어떤 선택에 따라서 양력 첫 날이 정해졌는지 추정해 볼 수 있다. 나무위키에 전설로 떠도는 이야기를 정리해 놓은 게 있다.

 

꽤나 전설 속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본래 로마 달력에는 겨울에 해당하는 날짜가 없었고 봄에 해당하는 Martius(오늘날의 March)부터 시작하는 10달짜리 달력을 쓰고 있었는데, 로마 2대 왕 누마 폼필리우스가 겨울에 Janurius와 Februarius를 넣고 이를 한 해의 처음으로 넣었다고 한다. 즉, 원래 날짜로 치지도 않던 겨울에 두 달을 넣었기 때문에 Januarius의 첫 날, 1월 1일은 애당초 겨울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봄이 시작하는 Martius에 한 해가 시작한다는 관념은 꽤 오래 지속되었다. 언제부터 Janurius를 첫 달로 여겼는지는 여러 설이 있으나 늦어도 기원전 153년을 기점으로 Januarius가 첫 달이 된 듯하다. ("새해 첫날", 나무위키 중)

 

우리야 지금 달의 순서대로 숫자를 넣어 이해하니 1월이 한 해의 시작이라 여길 수 있지만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농경사회에서는 '봄'이 중요했을 터이고, 봄의 등장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기후의 표지가 있으니 한 해의 시작을 따지기 용이했을 것 같다. 지금도 사람들의 띠는 입춘 이후에 바뀐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렇게 보면 생활 환경에 따라서 한 해의 주기의 기점으로 삼는 시기도 달랐을 수 있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 천문관측 결과를 보고 기점을 삼으면 동지나 춘분으로 잡을 수도 있을 터인데, 둘 다 경제생활과 다소 시간 차이가 있어서 편의성이 떨어질 수 있는 것 같다.

 

역법체계를 정비하면서 달을 산입하여 12달을 만들고 3월 앞에도 두 달을 넣은 것이 오래도록 사용되면서 굳어지게 되었고, 그렇게 지금의 1월 1일이 애매하게 위치하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히 1월 1일을 삼은 것은 '인간적 시간'의 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 시간 인식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천문관측으로 확인하는 자연의 시간 주기와 그렇게 큰 차이를 두지 않으면서 인간 생활의 시간 주기를 잘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사람들이 쓰기에 불편한 시간체계는 아무리 자연의 시간에 잘 맞춘다고 해도 지속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시간 인식도 자연의 순환 체계에 근원적으로 종속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시간 체계에 깃든 인류의 자의성은 그렇게 자연의 제약 안에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노이질러 팟캐에서는 일출시간과의 연계성도 고려할 만하다는 점을 언급했었다. 북반구에서 1월 1일 근방이 가장 해가 늦게 뜬다.

 

2018년 12월 18일부터 2019년 1월 20일까지 서울의 일출시간. 데이터 출처: https://www.timeanddate.com/sun/south-korea/seoul?month=1&year=2019

 

미니애폴리스의 2013년 12월에서 2014년 1월에 걸친 일출 일몰 시간 그래프. 출처: http://mathscinotes.com/2014/01/times-of-latest-sunrise-and-earliest-sunset/

 

다음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