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 일본에서 religion은 어떻게 번역되었을까?

2019. 2. 25. 12:29글읽기


19세기 후반 'religion' 개념이 일본에 어떻게 번역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위의 책에서 '시마조노 스스무'(島薗 進) 선생의 글 "근대일본에 있어서 ‘종교’ 개념의 수용"(近代日本における「宗教」概念の受容)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宗敎'라는 조어는 불교에 존재했고, ‘宗’은 근본적 진리를 ‘敎’는 말로 설명해내는 것이라고 해서 ‘종’은 유일한 느낌이 있지만 ‘교’는 복수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종’도 복수일 수 있다는 이해가 생기면서 ‘종교’는 “객관화 될 수 있는 복수의 가르침”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게 되었다고 한다. 


시마조노 선생은 ‘종교’와 대비해서 주체적 신앙자의 입장에서 어울릴만한 ‘道’나 法‘을 언급하면서 ‘종교’의 한 요소인 ‘불교’에 대해서도 그것이 보통은 ‘불법’이나 ‘불도’로 사용된 점을 지적한다. 이렇게 읽히는 것에는 ‘유일한 진리’로서의 이해가 기초되고 있었던 것이라 한다.


'religion'의 번역어는 '종교'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宗旨”, “神敎”(『薩摩辞書』), “信敎”, “宗門”, “宗旨法敎”, “宗旨の敎”(후쿠자와 유키치福沢諭吉), “敎法”, “宗旨”, “敎門”(니시 아마네西 周), “法敎”(나카무라 케이우中村敬宇), “敎”, “神道”, “奉教礼拝”(카토우 히로유키加藤弘之), “聖人の道”, “聖道”, “敎門”(니이지마 죠우新島襄) 등을 썼다고 한다.


이런 다양한 번역어 중에서 '종교'로 수렴되는 경향을 공문서에서 '종교'라는 표현이 빈번히 등장한다는 점에서 근대 국민국가 형성기의 상황이 ‘敎’라는 말을 중요한 것으로 인식하게 했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국민 교화'의 측면에서 '교'가 선호되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이다.


해당 글의 내용이 이제 거의 기억나지 않는데, 머리 속에 남아있는 정보는 대충 '1880년 이후 다른 역어들을 제치고 '종교'가 일본에서 religion의 지배적인 번역어가 되는데, 이유는 정확히는 모른다. 시마조노 선생은 그런 경향성을 보여주는 당대의 분위기를 설명해 주었다'는 것이다.


이후 1차 자료를 추적해 보는 작업을 따로 해 보지는 않았는데, 우연한 계기로 '국립중앙도서관'에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 일본어로 된 자료를 뒤져 보다가 '사전류'를 보면서 'religion'을 찾아 보았다.


《佛和辭典》(1871)을 보면(해당 사전은 프랑스어-일본어 사전이다)



'religion'을 '宗旨'와 '信心'으로 옮기고 있다.


《和英語林集成》(1872)을 보면(일본어-영어 사전)



일영사전이므로 일본어 단어에 대한 영어 표현을 적어 놓고 있는데, 뒷 부분에는 영어 단어에 대한 일본 어휘를 발음대로 적고 있다. '오시에'는 '가르침'이란 의미고 '敎え'로 쓴다. '미치'는 '길, 방법'이란 의미고 '道'로 쓴다. 즉 'religion'의 역어로 '교'나 '도'를 쓰고 있다. 위 사전에서 '종지'라고 쓰고 있는데 이 일영사전에서 '종지' 항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종교 단체 하나'로서 '종지'라는 말을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大正增補)和譯英辭林》(1886)을 보면,



역시 '宗旨'로 쓰고 있다. 또 '神敎'라고 쓰고 있는데, 이 점이 주목된다. 아무래도 서구의 기독교를 염두에 둔 역어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增補訂正)英和字彙》(1887)를 보면,



역어로 '교문', '법교', '종교'가 제시되고 있다. 여기에서 '종교'를 볼 수 있는데 그래도 3순위이다. 다만 야소교나 불교와 같이 특정 종교를 00敎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리고 확인한 사전은 1906년 출간된 백과사전 자료다. 여기에서는 확실히 religion을 '종교'로 번역하고 있다.



위 사전은 《國民百科辭典》(1906)이다. '슈우쿄오'를 '종교'로 쓰고 있으며 보편적 인간 심리에 기초한 숭배 양식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전이 시중의 분위기를 약간 시차를 두고 반영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1886년 출간 사전에 3순위로 '종교'가 등장한다는 말은 그 이전부터 '종교'가 심심치 않게 쓰였지만 지배적인 역어는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86년까지는 1순위 어휘가 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세기 초 백과사전에서는 '종교'가 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로 미뤄보면 90년대에 '종교'로 수렴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이 좀 더 명확히 알고 싶은데, 이소마에 준이치의 책에는 나왔을까? 《近代日本の宗教言説と系譜》(2003). 국내에 번역되어 있기도 한데(《근대 일본의 종교 담론과 계보: 종교·국가·신도》), 그 동안 이 문제를 파볼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아서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 조만간 떠들어 봐야겠다.


참고)

위에서 언급한 《〈宗教〉再考》

이 책은 2003년에 나온 책이며, 목차는 다음과 같다.

第1部 <宗教>概念の形成と動揺

「宗教」概念と「宗教言説」の現在

反転図形としての「聖」概念

古典的宗教現象学における「宗教」

「宗教」と「宗教的なもの」

エリアーデ・レリギオースス

ユングの宗教心理学再考

宗教概念と世俗化論


第2部 <宗教>概念の受容と変質

近代日本における「宗教」概念の受容

明治期仏教にみる「宗教」概念の形成と「慣習」

「宗教」の位置づけをめぐって

<お道>として語られる<宗教>の世界

イギリス紳士のインド論争

現代ロシア連邦における政治と宗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