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어머니회', 학부모 동원 교육 시스템, 언제 바뀌려나?

2019. 7. 2. 10:29etc/삶에 관한 단상

오늘의 미션, '녹색 어머니회'

녹색 어머니회 활동, 아이들의 등굣길 안전을 담당한다. 위 사진은 어머니 동원이 아닌 '노인 일자리' 사례다(사진, 오마이뉴스, "'녹색 어머니 알바', 이 학교에는 그런 거 없어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아내가 맡아하던 일이, 아내가 경단녀의 한계를 뚫고 재취업에 성공한 이후에는 내 일이 되었다.

오늘까지 서너 차례 정도 해 본 것 같다.

어제가 원래 맡은 날이었지만 깜빡하고 오늘에야 부랴부랴 '땜빵'에 나선 것.

'녹색 활동'은 봉사라는 이름의 학부모(주로 어머니들) 강제 동원 프로그램이다.

"[카드뉴스] 녹색어머니회, 아빠는 왜 가입못하나요"

"[카드뉴스] 녹색어머니회, 아빠는 왜 가입 못하나요"(기사 링크)

몇 차례 해 봤을 때, '아빠'가 나온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출근을 늦추고 참여하는 '엄마'들을 제법 봤는데, 알바를 쓰는 경우도 있다니.

언제쯤 학부모(주로 어머니)를 동원해서 학교와 지자체의 책임을 때우는 방식이 사라질지.

"[카드뉴스] 녹색어머니회, 아빠는 왜 가입못하나요" 중 한 컷

학부모 동원 프로그램은 그 외에도 많다. 어머니들을 효율적으로 동원하기 위한 '학부모회'도 조직되기 마련. 연락책 역할을 하는 '반 학부모 대표'를 맡지 않기 위해서 학기 초 교육설명회에 학부모들이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봤다.

올해가 그랬다. 아이 반에 가서 선생님과 대면한 학부모는 단 3명. 그 3명 중 2명이 아내와 나였다. 덕분에 아내가 '학급 대표'를 떠안았다. 이게 한 두 해 일도 아니다.

학부모들끼리 누가 책임을 다하지 않았네, 하는 뒷공론이 만들어지는 구조라는 게 더 웃기다. '왜 아빠는 안 해?'와 같이 성대결로 이슈화되는 것도(설득력이 없진 않지만). 이거나 저거나 폭탄 돌리기 같은 꼴이다.

아이들의 등굣길 교통안전, 학부모 동원 땜빵이 아니라 학교와 지자체에서 제대로 책임을 졌으면 한다.

"장휘국 교육감, 녹색어머니회와 교통안전 캠페인 전개"(데일리 모닝)

위 사진, 어느 교육감이 '봉사활동'을 한 것이라고 기사에 나온 것인데, 저렇게 인도 중간에서 하면 안 되는 거다. 정치인들도 간혹 '보여주기 식' 봉사활동을 한 예가 있다. 찾아보니 나경원 의원 사진도 보인다.

"나경원 의원, 녹색어머니지원(도로교통법)법 발의"(동작신문)

교육감, 정치인들이 학부모 동원을 '독려'(교육감 사례)나 '지원'(나의원 사례)할 게 아니라 이상한 제도라면 고치려는 노력이 먼저 아닐지. 서대문 구청 사례가 좋은 참고가 된다.

서울 서대문구청이 노인일자리 사업 가운데 하나로 교통봉사활동을 벌이도록 인력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8명의 어르신은 날마다 오전 8시부터 8시 55분까지 가재울초 학생들의 교통안전 지도활동에 나선다. 한 달에 받는 노동의 대가는 21만 원이다. 이달부터는 26만으로 5만 원 오른다.

이 돈을 주는 곳은 서대문구청이다. 공식 명칭은 '어르신 일자리를 위한 스쿨존 안전지키미 사업'이다. 어르신 일자리 사업은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예산이 책정된 지원 사업이기도 하다.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같은 돈을 투자해 이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다른 시도도 마찬가지다.

"'녹색 어머니 알바', 이 학교에는 그런 거 없어요"(오마이뉴스)

그리고 또 하나의 장면, 돌아오는 길 집 근처 공원에서. 우리 동네 어르신 사업은 '환경 미화'인 것 같다. 집게와 쓰레기통을 들고 돌아다니시는 걸 보면.

집근처 '어르신 일자리' 참여 어르신들의 쉬는 모습

10여분 전의 모습과 달라진 게 없어서 찍어 봤다. 어르신들께 도움을 드리는 것이긴 하지만 의미 없이 시간만 때우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보다는 '안전지킴이' 같은 사업이 훨씬 의미 있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