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월 1일은 어떻게 정해질까?: 음력 이야기(2)

2019. 7. 8. 08:16실종리폿/시간 이야기

지난 글: “달의 시간, 달력, 캘린더

역법 체계에서 ‘달’이라는 시간 길이가 왜 기준이 될 수 있는가를 간략하게 다룬 것이 지난 번 글 내용이다. 직관적으로 쉽게 시간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날과 달은 그런 면에서 쉽게 시간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해의 위치나 그림자의 길이, 위치를 통해서 하루의 시간을, 달의 위상 변화를 통해서 약 30일의 시간 흐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역법 체계를 일컫는 말을 ‘달력’이라고 하는 것이겠다.

달의 주기, 한 달, 그리고 1년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은 기준에 따라서 삭망월, 항성월로 구분한다. 전자는 달의 위상 변화의 주기에 해당하고, 후자는 달이 그냥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이다. 지구 자전과 공전으로 태양의 움직임을 태양일과 항성일로 구분한 것과 유사하다. 이미지도 유사하다. 그러나 시간 주기는 다르다.

삭망월(sydonic month)과 항성월(Sidereal month)

무엇을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주기, 움직이는 모양이 다르게 묘사될 수 있다. 우리는 삭망월이 익숙하다. 우리가 ‘보는 것’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삭망월의 주기는 약29.530588일이다. 딱 30일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한 달을 29일 혹은 30일로 정해서 주기를 맞추게 된다(29.5일로). 1월에서 6월까지 홀수달은 30일, 짝수 달은 29일, 7월부터 홀수달 29일 짝수달 30일로 배정되어 있다. 그러면 음력으로 1년은 354일이 나오고 양력 1년과는 11일의 오차가 생긴다.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30 29 30 29 30 29 29 30 29 30 29 30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순태음력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 계절과 날짜가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의 음력이 태음태양력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음력도 24절기와 같은 양력 요소를 일부 가지고 있어서 태음태양력이다.

그럼 음력 1월 1일은 어떻게 정해질까?

양력은 달력을 보지 않더라도 해의 순환 주기로 1월 1일을 정하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실제로는 역사적 관례에 따라서 임의적으로 선택된 측면이 크지만 말이다. “양력 '1월 1일'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달의 운행으로 1월 1일을 정하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일단 12달 주기로 한다고 해도 양력과는 시간 차이가 계속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윤월을 집어넣어서 365일에 근접하게 12월에서 13월(윤월 포함) 사이클로 배치할 수밖에 없을 터다. 그걸 어떻게 하는지 사실 잘 모른다. 학교 수업에서 그것을 배운 적도 없다. 그리고 배운다고 해도 현실에서 별 쓸 일이 없으니 아마 쉬이 잊어버렸을 것 같다.

다들 체감을 하겠지만 음력 1월 1일, 우리에게 ‘설날’로 불리는 날은 1월 하순에서 2월 중순 사이에 보통 위치한다. 2019년 음력 1월 1일은 양력 2월 5일, 2018년은 2월 16일, 2017년은 1월 28일이고, 앞으로 보면 2020년은 1월 25일, 2021년은 2월 12일, 2022년은 2월 1일이다.

일정한 계산 방식에 따라서 음력 1월 1일이 정해진다는 걸 이것만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1년의 계절 변화와 ‘맞추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는 것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즉 순태음력이 아니라 태음태양력 체계에서 ‘윤달’을 넣어 태음력 체계와 태양력 체계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가 핵심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정하는 계산법에 따라서 음력 1월 1일이 정해진다.

시헌력과 음력 1월 1일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음력체계는 청나라 때 만들어진 시헌력(時憲曆)*이다. 음력 1월은 달의 움직임이 아니라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잡는다. 1년 주기는 지구의 공전 주기니까 당연한 일이다. 그 기준점이 음력에서도 동지다. 동지로부터 몇 번째 달을 새해 첫 달로 보느냐는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다. 고대 중국 왕조의 경우, 하, 은, 주에서 정월을 언제로 보는지가 달랐다고 한다.

*시헌력이 만들어지기까지 간략한 역사는 여기를 보라. “시헌력”, 나무위키. 다음 글에서 ‘전통 역법’을 다루면서 이 역사에 대해서도 정리해 볼 생각이다.
夏以建寅之月爲正, 殷以建丑之月爲正, 周以建子之月爲正, 而仍以正月爲春, 則殷周之春皆今之冬.
하나라는 인월을, 은나라는 축월을, 주나라는 자월을 정월로 보는데, 정월을 봄으로 삼는 것으로 볼 때, 은주의 봄은 모두 지금의 겨울이다.
《춘추좌전주》, 은공 원년조의 공영달(孔穎達)** 소(疏)에서
**공영달은 당나라 초기 학자로 문장, 천문, 수학에 재능이 있었다고 한다. 수나라 역사를 기록한 《수서(隋書)》를 지었고, 역(易), 상서(尙書), 모시(毛詩), 예기(禮記), 춘추(春秋)의 주석서 《오경정의》 편찬에 참여했다.

고대 중국에서부터 1년 12달을 12지에 대응을 시켰는데, 子月은 음력 동짓달이다. 음력으로 11월에 해당한다. 그러니 하나라는 지금의 음력 1월을 정월로 삼고, 은나라는 지금의 음력 12월을, 주나라는 지금의 음력 11월을 정월로 삼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대(漢代)에 다시 하력을 부활시켜서 寅月을 정월로 삼고 있다고 한다. 이 전통이 이후로도 변함없이 이어져 음력으로 동지 다음 다음 달이 음력 1월이 되었다(시헌력에도 이어짐). 중국에서 뿌리내린 음력 체계는 아주 옛날부터 태양의 움직임과 연동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윤달 산입법

그렇다면 1월의 첫 날은 어떻게 정할까? 첫 달은 그렇게 된다면 첫 날은? 이걸 결정 짓게 되는 것은 윤달을 어떻게 집어넣는지에 따라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시헌력의 윤달 산입법을 ‘무중치윤법(無中置閏法)’이라고 한다. 시헌력 이전에는 동지에서 다음 동지까지 일정한 기간(15.2일)마다 절기를 두어 24절기를 삼았는데, 시헌력에서는 태양의 황도상 위치에서 춘분점을 기준으로 15° 간격으로 점을 찍어 절기를 삼았다. 시헌력 24절기와 그 이전 역법의 24절기가 다른 것은 전자는 천구상 태양의 움직이는 속도(관측된 태양의 위치)를 반영한 것이 된다. 주지하다시피 지구의 공전궤도는 ‘타원’이기 때문에 황도상의 태양이 움직이는 속도는 근일점에서 빠르고 원일점에서 느리다(케플러 제2 법칙, 면적 속도 일정 법칙).

케플러 제 2 법칙

시헌력의 24절기는 겨울에 간격이 짧고(최소14일), 여름에 간격이 넓다(최대16일). 절기 중에서 양력 달의 중순 이후에 오는 절기를 ‘중기’(中氣)라고 한다. 이 중기가 들어오지 않는 음력 달인 무중월을 윤달로 한다는 원리다.

24절기와 일자
북반구에서 근일점 부근이 겨울, 원일점 부근이 여름. 겨울에 공전속도가 빠르고 여름에 느리다. 즉 같은 각도를 움직인다면 겨울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여름에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임.

상대적으로 절기 간의 기간이 긴 여름에 무중월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중기에서 다음 중기까지 32일 간격이 생기기 때문에). 또 음력 달에 중기가 두 번 들어가는 달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처음 무중월이 들어가는 달을 윤달로 삼는다고 한다. 이것만이 음력을 양력 체계와 맞추는 방법인 것은 아니다. 

'십구년 칠윤법(十九年七閏法)'이라 불리는 것도 있다. 19년 동안 윤달을 7번만 산입한다는 원칙이다. 19년은 365*19로 약6,935일, 19년의 음력은 354*19로 6,726일로 양자의 사이에는 29.5일의 음력 한 달 기준으로 약 7개월의 차이가 난다. 따라서 19년 동안 윤달을 7번 산입하면 양력과 음력이 19년을 주기로 거의 정확하게 들어맞게 된다.

이것도 약간의 오차가 있기 때문에 긴 시간이 흐르면 문제가 발생한다. 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이 딱 들어맞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조금씩이라도 고쳐가면서 맞출 수밖에 없는 문제다.

우주 속 한 천체의 거주민의 삶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쉽게 시간을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천체의 활동(달의 위상변화), 생존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천체의 활동(지구의 태양 공전)을 조화시킬 필요는 오로지 인간의 시간에서만 존재한다. 시간에 대한 상상은 인식과 생존의 편의성과 필요성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음력/양력 이야기로 살펴 볼 수 있는 것 같다. 시간은 정말이지 문화적 개념이자 과학적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는 ‘전통 역법으로서의 음력’을 이야기하면서 시헌력과 그 이전 중국의 음력 체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