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그저 바라보는 것’(?), 경이와 광기의 사이에서

2019. 7. 16. 20:37여행, 답사, 참관

산에 관한 글쓰기 시리즈

'나의 기억, 나의 산 이야기'에 이은 두 번째 글

본래 원고를 좀 줄여서 게재한다.

 


 

경이와 광기의 사이에서

 

산에 매혹된 사람들에게
산의 경이로움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산의 매력은 일종의 광기일 뿐이다. 

To those who are enthralled by mountains. 
Their wonders is beyond all disputes. 
To those who are not. 
Their allure is a kind of madness.

- 다큐 〈마운틴Mountain〉(2017)에서

 

윌럼 더포Willem Dafoe의 중저음 목소리로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경이와 광기의 느낌을 모두 떠올릴 수 있었다. 

내게 산은 오르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산이 주는 경험에 놀라고 있다. 

‘산이 하나의 광기’일 수 있다는 말은 산에 가는 게 ‘미친 짓’으로 여겨지는 걸 말한다. 우리가 지금 높은 산에 가는 걸 하나의 레포츠로 여기지만 옛 사람들에게 그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었다. 

현대에 와서는 산을 무서워하고, 그곳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훨씬 더 게으르고 겁쟁이처럼 비춰진다. 잘 닦이고 정비된 등산로는 산을 오르는 수고로움을 많이 줄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http://www.ilyoseoul.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847

건장한 남성들만이 아니라 여성, 노인, 어린이도 적당한 체력만 있으면 충분히 국내의 명산에 오를 수 있는 시대다. 그리고 산에서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들짐승을 만나는 일이 옛날에 비해서는 거의 없다고 말해도 될 정도의 수준이다.

그렇더라도 극구 산에 오르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 사람들의 성격이나 신체 능력의 한계에 주목해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들이 산을 거부하게 만드는 산의 특성에 주목해 볼 수도 있다. 산 그 자체의 물리적 특성 말이다. 

에베레스트산 정상, 2019년 3월.  │  이미지 출처: https://www.nbcnews.com/news/world/three-more-dead-everest-amid-concerns-about-congestion-near-summit-n1009586

산은 수직으로 솟아 있다. 그 정상을 향해 오르는 것은 중력을 거스르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높은 산엔 눈이 있다. 거친 날씨, 희박한 공기, 그와 같은 산의 자연적 조건은 인간을 배척하는 것 같다. 그렇다. 그냥 산타는 것은 힘이 든다. 그 고통이 없이 정상에 설 수 없다.

산은 위험하다. 들짐승이 위험요소가 되지 않더라도 산은 사람들을 세상과 분리시키고, 몸을 다치게 할 수 있는 물리적 특성(높이, 험한 지형)이 있어서 위험하다. 

Mount Machhapuchchhre - Photo by Esmar Abdul Hamid │ 이미지 출처: https://www.thousandwonders.net/Machhapuchchhre

높은 데에서 떨어질 수 있어서 만이 아니라 그 높이 자체가 우리의 몸이 적응하지 못한 환경을 만들기 때문에 위험하다. 

높이만이 아니라 깊은 산 속의 숲은 사람들로 하여금 방향감각을 잃게 만들어 위험하기도 하다. 

그런데 도대체 이렇게 고통스럽고 위험한 산을 왜 사람들은 오르려 했고, 오르고 있을까? 산을 그저 바라만 보았을 때는 결코 묻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이 질문이 이제 정말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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