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언제부터 뱀파이어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2020. 2. 19. 17:47글읽기

브램 스토커Bram Stoker*의 『드라큘라』Dracula(1897)에서부터라고 한다. 해당 작품의 초고 타이틀은 Prince Wampyr라고 한다. 번역하면 ‘흡혈기 공’쯤이 된다. 초고 완성 후 드라큘라에 대한 루마니아 역사를 듣고 이름을 바꾸었다는 게 정설로 통하고 있다.

*stalker(남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사람)완 다름. 한국어 표기론 같으나 영어 발음으론 차이가 있음. stalker는 /스터:커ㄹ/, stoker는 /스토우커ㄹ/ 정도다.

이것 때문에 스토커가 ‘드라큘라’라고 불린 역사상의 인물을 토대로 소설 주인공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설이 제기되었다. 그 주장을 진지하게 펼치는 책도 나왔다.

1972
1994
한국어 번역본, 2005

『드라큘라, 그의 이야기』In Search of Dracula(1972, rev. 1994)가 그것이다. 책만 나온 게 아니라 루마니아에는 ‘드라큘라 성’이 존재한다.

Bran Castle

 

정말 드라큘라라 불린 사람의 성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소설에 나온 성의 위치는 카르파티아 산맥 깊숙한 곳으로 나오는데, 트란실바니아, 몰다비아, 부코비나의 접경지에 있다고 기술되고 있다. 

Romania, Pre 1918
위쪽 원이 소설에 묘사된 '드라큘라 성'이 있는 위치. 중간 작은 원이 '브랜 성'의 위치다.

현재 ‘드라큘라 성’이 위치한 곳과는 다른 곳이다. 또 그 모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름만 가져다 썼을 뿐인데, 실존 인물 찾기, 실제 드라큘라의 배경이 되는 곳 찾기가 벌어졌다. 그만큼 소설 속 캐릭터와 실존 인물 사이의 관련성이 주목되었기 때문이다.

‘드라큘라’라는 이름이 나온 인물은 블라드 3세Vlad III이다. 통칭 체페쉬Țepeș이다. 영어로는 Impaler로, ‘가시 공’으로 번역되는 말이다. 사람들을 긴 나무 창에 꿰어 처형한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영화 드라큘라(1992)의 한 장면

이 인물에 대한 정보는 다음을 참고하라. [위키]/[나무위키]

실존인물을 주인공 캐릭터로 삼았다는 설은 어느 정도 부정될 수 있다(이름만 빌렸다는 설이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1) 애초 인물이 ‘왐피르’(뱀파이어vampire와 같은 어군, ‘w’는 독어계 발음에서 /v/에 해당한다)로 지칭되었던 점.
2) 그 인물이 헝가리계 사람으로 규정된 점.
3) 그가 흡혈귀일 거라는 이야기가 스토커의 소설에서 시작된 점.
4) 소설 속 드라큘라 성이 상상의 성으로 보인다는 점.
다만 드라큘라 백작이 소설 속에서 블라드 체페쉬의 후손일지도 모른다고 서술되어 있다고 한다.

드라큘라Dracula라는 말의 뜻도 흥미로운 해석이 존재한다. 이 말이 나오게 된 것은 그의 아버지가 ‘Order of the Dragon’의 회원이었기 때문이다. ‘드래곤 기사단’으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드래곤 결사’ 정도의 의미로, 우리의 구수한 주먹 세계의 언어로 하면 ‘용가리파’ 정도.

아버지가 ‘Vlad Dracul’(Vlad the Dragon)로 불렸기에 ‘그의 아들’이라는 의미로 어미 /-ia/가 붙어 ‘Dragulya’/‘Drakulya’라고 썼던 게 영어로 ‘Dracula’로 표기되면서 ‘드라큘라’가 되었다.

일각에서는 이 말이 악마를 뜻하는 라틴어 diabolus에 해당하는 루마니아어 diavolului에서 온 말로 ‘dracula’가 ‘son of the devil’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다분히 사후에 그에 대한 악평에 근거한 상상이다. 중간의 r음가를 생각해 보면 어휘상의 직접적 관련성은 없어 보인다. 

드라큘라는 어느 덧 뱀파이어의 대명사가 되었다. 특정한 뱀파이어를 ‘드라큘라’라고 하기도 하지만 뱀파이어와 같은 의미로 이 말이 쓰이기도 한다.

헬싱 1권에서

스토커의 『드라큘라』가 나오기 이전에도 뱀파이어 소설이나 관련 기록물이 존재했다. 또 뱀파이어 전설이 특정한 지역(동유럽)에서 시작되었다는 썰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포함한 '뱀파이어의 역사'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뤄 볼 참이다.

 

사족

드라큘라와 같은 뱀파이어는 ‘언데드’다. 죽었지만 살아 움직이는 존재.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존재로 기본적으로는 ‘시체’이다. 뱀파이어와 같은 언데드에는 강시, 좀비, 구울 같은 존재가 있다. 이들은 흡혈(혹은 사람을 문다)을 하고 빛을 싫어하는 속성을 공히 가지고 있다.

인류의 시체 공포, 시체로 인한 전염병 공포에서 나타나는 초자연적 행위자라고 할 수 있겠다. 신, 천사, 귀신 같은 존재들과 큰 틀에서 묶일 수 있는 존재들이다. 발생론적으로 죽음의 공포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다른 존재들과 구분되기는 한다. 

다른 존재들은 죽음 문제만이 아니라 삶의 행불행에서도 잘 상상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수호자로 더 잘 여겨진다. 다만 현대 뱀파이어물에서는 ‘뱀파이어 히어로’도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낮은 빈도지만 수호자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초능력자’로서 뱀파이어를 보는 상상도 이루어지고 있다.

피부가 많이 뭉게지는 좀비는 좀처럼 ‘빌런 히어로’로 상상되지는 않는 것 같다. 현대인들의 원초적 죽음 공포를 대표하는 상상적 존재가 좀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