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 넷플릭스 드라마의 이 장면과 이 대사

2020. 2. 27. 08:14etc/영상읽기

2020년 새해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메시아'는 종교적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종교학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말이다. 나도 숟가락을 이제서야 얹고 있기도 하고.

넷플릭스 공식 예고편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알 마시히(아랍어로 '메시아'라는 말, 알+마시히, the messiah)로 불리는 인물이 정말 메시아인가, 아니면 사기꾼(혹은 정신병자)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이 드라마에서 '정말 메시아'를 다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마 끝까지 봐도, 결과는 알다가도 모를 상황이 되리라 생각한다.

종교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이 드라마의 흥미로운 점은 '종교적 영웅'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지를 살피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정녕 '보고 싶은 대로' 볼 것이다. '객관적 증거'라는 것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화면에서 '묘사된 현실'이 아니라 리얼 타임으로 펼쳐지는 현실에서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은 '선택된 현실'이다.

드라마의 중간 회차에서 '물 위를 걷는 기적을 선 보이는 알 마시히'의 모습이 그려진 게 있다.

물 위를 걷는 알 마시히

이런 '기적'을 보이기 전에 그가 사람들 앞에서 한 설교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둘러보세요.
뭐가 보이나요?
여러분의 세상은 선한가요? 악한가요?
자문해 보세요. 누가 유죄고 누가 무죄입니까?
당신은 뭐죠?
자, 옆 사람을 보세요.
옆 사람을 보세요.
자신과 대면할 만큼 용기를 내세요.
당신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각자는 서로를 비춥니다.
여러분이 서 있는 곳을 보세요.
언덕 위의 빛나는 도시에서.
자유롭고 용감한 자들의 땅에서, 해방과 정의를 상징하는 곳이죠.
이런 말이 얼마나 진실로 와 닿나요?
여러분은 언제 해방을 가져왔죠?
어디에서 정의를 일으켰나요?
저는 어느 나라의 문 앞에 서있습니다.
권력이 초대받지 못하는 나라.
저는 그 문에 서서
여러분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절 바라봅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제가 보는 걸 투영하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한다.

What you see
will be your choosing.

그리고 링컨 기념관 반사 못(Reflecting Pool) 위를 걸어 나간다. 카메라는 알 마시히가 수면 위를 걷는 모습을 클로즈업 하지 않는다. 카메라의 앵글에는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이 주 피사체가 되고 있다. 마지막 대사를 '반영'하듯이 말이다.

알 마시히의 '물 위를 걷는 기적'은 직접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다. 모두 어딘가를 '비춘' 모습으로 간접적으로 그려진다. 그 자체가 하나의 '반영'임.

링컨 기념관의 반사 못(Reflecting Pool)은 대사를 통해서 많은 것의 은유가 되고 있다. 진리, 믿음, 종교, 국가적 프로파간다, 미국의 가치, 제국의 폭력과 불의, 인권운동(루터킹의 연설), 반전운동(베트남전), 노예해방(링컨) 등.

종교 영웅은 하나의 '사람들'의 '반영'으로 만들어지는 것임을 아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것이 비추는 것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욕망과 바람'이다. 

종교를 연구하면서 내가 종교현상에 대해서 얻게 된 통찰이 대체로 이것과 비슷하다. 그런 점에서 아주 인상적으로 봤던 장면이다.

이 드라마의 이야기가 내가 주목한 이 장면과 대사를 핵심 주제로 삼고 있다면, 알 마시히가 정말 메시아인지, 사기꾼인지 가려지는 게 이 드라마의 종착지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결국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욕망과 바람'이 빚어낸 어떤 '상'이 실체처럼 남겨지는 이야기가 되지 싶다.

 

사족.

알 마시히가 '반사 못'을 걸을 때, 지구 반대편 시리아-이스라엘 국경에서 그를 '이맘'으로 따르는 무슬림 지브릴이 발가벗고 이스라엘 군인은 총 앞에서 국경을 넘는 장면이 교차한다.

알 마시히의 대사와 물 위 걷기는 또 다른 경계의 '기적'을 비추는 것이기도 했다.

이미 깨닫고 받은 자의 사례로서의 지브릴, 그는 무언가 홀린 듯이 이끌리는 캐릭터다. 마치 신적 존재의 의지를 대리하는 것처럼.

어쨌든 무슬림의 알 마시히와 기독교의 메시아가 한 인물에서 만나는 설정은 흥미롭다. 두 종교가 한 뿌리에서 나온 것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중동 지역의 민족-종교 갈등의 '맹점'(일종의 허상)을 드러내는 캐릭터다.

'종교 영웅의 탄생'에 대한 일반론적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묘사와 기독교/이슬람의 갈등 역사와 현재 정치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묘사가 중층적으로 결부되어 있다는 면이 종교학자로서 내가 이 드라마에 흥미를 갖게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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