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 사리, 마술(magic) 사리다잉

2020. 6. 7. 08:55실종리폿/미신은 살아있다

쇼개불릭의 ‘노이질러’ 시리즈, ‘불교의 사리 숭배’를 다루면서 생각한 문제다.

이미지 클릭하면 팟빵으로, 해당 회차 청취 가능

사자 숭배로서의 사리 숭배, 사리에 대한 과학적 이해, 사리 만드는 기술과 과학적 종교 연구의 난점을 생각해 봤다.

사리(舍利),

석가모니나 성자의 유골. 후세에는 화장한 뒤에 나오는 구슬 모양의 것만 이른다.

우리는 나중에 정착된 ‘사리’ 개념에 의거해서 이 문제를 생각한다. 사리는 그래서 법력이 높다고 여겨지는 승려, 명성이 높은 승려 등, 즉 고승의 ‘증표’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 말의 기본적 의미가 잘 조명되지 않는다.

‘사리(舍利)’, 산스크리트어 샤리라Śarīra(/sharira/, 복수형: śarīrāḥ)의 음차어다. 샤리라는 ‘몸/신체’라는 의미라고 한다. (참고: https://religion.wikia.org/wiki/Sarira) 이게 불교의 맥락에서 ‘부처의 유골’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게 중국화 되어 우리에게 전달된 것은 ‘유골’의 의미가 사라지고, ‘고승을 화장 한 후에 얻게 되는 유리 구슬 같은 물체’를 일컫게 되었다.

유명한 수행자를 화장하고 남은 재, 유골 등이 애초 ‘사리’였다. 따라서 불교의 사리 숭배는 ‘사자 숭배’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그것도 종교적으로 명성이 있는 망자의 변형된 신체(불타고 남은 것)의 일부를 ‘특별한 종교적 능력을 가진 물질’로 여기는 것이기 때문에 주술적magical 숭배 양식으로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대표적인 예는 가톨릭의 성인 숭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성유골 숭배’가 바로 그것이다. (성인 숭배의 대상은 꼭 '유골'로 한정되는 건 아니다. 피, 신체의 일부(심장), 의복 등 접촉물 등등이 성인 숭배의 물질적 대상이 될 수 있다)

The Severed Head of St Catherine, in her hometown of Siena. WordPress

종교적 의미가 덧붙여진, 우리에게 익숙한 ‘사리’는 어느 덧 사자 숭배의 주술적 그림자를 많이 걷어낸 것처럼 보인다.

전형적인 '사리'의 모습

그러나 불교계에서 이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이 본래 불교의 교리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런 것 같다. (법정 스님, 사리 안 찾는 뜻은?) 특히 수행자의 경우가 그렇다. 이런 인식이 『열반경』 내용으로 강화된다.

"세존이시여! 우리들은 세존의 유해를 어떻게 모시면 좋겠사옵니까?"

"아난다여! 너희 출가자는 여래의 유해를 모시겠다는 따위의 생각은 하지 말라. 너희들은 단지 출가 본래의 목적을 향하여 바른 마음으로 노력하며, 게으름 피우지 말고 정진하면서 지내야 하느니라. 아난다여! 여래에 대해 각별하게 깊은 숭경의 생각을 품고 있는 현자가 왕족이나 바라문, 자산자들 가운데 있을 것이니라. 그러한 이들이 여래의 유해를 모실 것이니라."

흥미롭게도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는 '대반열반경(3권짜리)', '반니원경' 등의 구절을 보면 '장례', '공양' 등의 의미로 말하는 것이어서 '사리 숭배 말고 수행에 힘써라' 같은 메시지는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의 '사리 신앙'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승려들에 의한 재해석의 결과가 위 '열반경' 구절 해석으로 나타난 게 아닌가 싶다.

일각의 거부감이 있더라도 사리 신앙은 종교 비즈니스 상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진신사리’를 모신 절이라는 ‘홍보’가 종교 시장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5대 적멸보궁).

대중의 미신을 자극하는 것인가, 대중 교화의 중요한 수단인가? 그래도 후자의 시각이 두드러진다(사리는 무엇일까). 종교의 신비한 체험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주목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일부 학승, 수행승들은 거부감을 갖는 것 같지만 말이다.

어쨌든 지금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종교적 신비(명상 수행 등 법력과의 비례)로 사리가 생긴다는 썰은 적어도 과학적 관점에서는 확실히 부정되고 있다.

사리에 대한 과학적 연구, 딱 한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는데, 그 결론은 사리가 뼈 성분이라는 것이다. 애초 ‘사리’ 개념을 고려해도, 그것이 화장을 통해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주 당연한 결과라고 하겠다.

스님의 사리, 과학적 증명 가능할까? 2010. 5. 17기사 내용을 보면,

인하대의 임형빈 박사가 ‘백금요법연구회’로부터 사리 1과를 분석해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회는 1993년 말 입적한 경기도 평택 모 사찰의 한 고승으로부터 수습된 사리 2과를 제공받아 이를 임형빈 박사에게 제공했다. 그 고승은 사후 사리가 나오면 이를 유용한 일에 써달라는 유언을 했다고 한다. 임 박사는 제공받은 2과의 사리 중 1과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지름 0.5센티미터 정도의 팥알 크기 사리에서 방사성 원소인 프로트악티늄(Pa), 리튬(Li)을 비롯해 티타늄, 나트륨, 크롬, 마그네슘, 칼슘, 인산, 산화알루미늄, 불소, 산화규소 등 12종이 검출됐다. 사리의 성분은 일반적으로 뼈 성분과 비슷했으나 프로트악티늄, 리튬, 티타늄 등이 들어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사리의 굳기, 즉 경도는 1만 5,000파운드의 압력에서 부서져 1만 2,000파운드에서 부서지는 강철보다도 단단했다. 특히 결석의 주성분은 칼슘, 망간, 철, 인 등이고 고열에 불타 없어지며 경도도 사리처럼 높지 않아 사리는 결석이 아니다.”

단 1과의 사리를 분석한 것이지만 임 박사는 사리가 결석이라는 주장을 단호히 배제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뼈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지 않는 프로트악티늄, 리튬, 티타늄 등이 발견됐고, 사리의 강도가 강철보다도 단단했다는 점이다.

이 기사에서 인용하고 있는 인하대 연구 결과는 중앙일보 1995년 10월 21일자 기사에서 볼 수 있다.

舍利서 방사성원소도 검출-인하대서 첫 성분검사  

중앙일보 사리에 대한 과학적 분석 발표 소개 기사. 1995년 10월 21일자.

해당 기사에서 밝히고 있는 바에 따르면 인하대 분석화학실에서 1995년 10월 20일에 백금요법연구학회(회장睦款皓)로부터 사리 1과(顆)에 대한 분석을 의뢰받아 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나와있다. 논문으로 발표했던 것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 rissndsl을 검색해 보았으나 관련 논문을 발견할 수 없었다. 분석 의뢰에 대한 ‘발표회’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리 1과에 대한 분석이라서 사리 전체에 대해 일반화하기 어려운 한계 때문에 학술논문으로 만들어질 수 없는 ‘분석 결과 발표’였을 것으로 보인다.

유일한 사리에 대한 과학적 연구(성분 분석)라는 점에서 사리에 대한 기사에서는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인용되고 있다.

이 내용을 근거로 ‘사리 생성에 관한 확실한 과학적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샘플 수가 적기 때문이고, 냉각방식, 화장방식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한 ‘실험’이 추가될 때라야 사리에 대한 좀 더 의미있는 과학적 연구 결과를 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몇 가지 이유로 인해서 앞으로도 진척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1. 분석 대상으로 ‘사리’를 확보하기 어렵다.
2. ‘사리’의 실체를 분석하기 위해서 복잡한 실험을 수행할 오덕스러운 연구자가 존재하기 어렵다.
3. 그러한 연구자가 설혹 있더라도 ‘사리에 관한 과학적 분석’을 위한 연구비를 제공할 사람이 없다.

이런 악조건을 뚫고 관련 연구가 이루어지려면,

1. 쓸데없어 보이는 연구에 돈을 때려 넣을 호구가 존재한다.
2. 그 호구가 ‘종교적 기적’에 대한 과학적 연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3. 그 호구가 화학자, 의학자, 종교학자, 전통 다비식 지식을 지닌 승려 등 관련 전문가들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렇게 된다고 해도 ‘과학적으로 의미있는 샘플 수’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이미 탑 같은 곳에 안치된 사리를 제공해 달라고 할 수도 없고, 위 인하대 연구에서처럼 누군가 ‘과학적 분석을 위해 제공’할 때, 겨우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몇 건 하는 건 ‘추가 연구’의 가치가 없을 것이기에), ‘가성비의 한계’를 넘기 어려울 것(‘사리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사리의 신비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데 그치는 것이라면, 많은 돈, 인력을 투입해서 알아낸다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는지 의문을 자아내기에), 향후 사리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유골분 결정화 기술'이 그것이다. '뼈 가루로' 사리 같은 결정체로 만드는 기술이다. '사리 성형' 혹은 '유골 보석', '인조 사리'라고도 이야기한다. 참고1 '유골분 결정화', 참고2 '사리 성형', 참고3 '유골 보석', 참고4 '인조 사리'.

'인조 사리'(?)

'어떻게 사리가 만들어지는가'를 아는 것이 경제적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면, '과학적 연구'의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론 현재 상용화 된 것으로 보이는 '유골분 결정화 기술'이 '사리 생성의 신비'를 온전히 모두 밝혀낸 연구 결과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보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어떤 조건에서 사리와 같은 결정체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유골분 결정화 기술' 중 한 특허 정보 (사진 클릭하면 특허청 자료 볼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성분 분석 사례, 사리 발생에 대한 각종 보고와 같이 고려해 보면, '사리 발생'의 메커니즘은 거의 규명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1600도 이상의 고열에서 뼛와 기타 신체 물질, 화장시 투입되는 부장품 및 연료 물질이 용융 상태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만들어진 혼합물이 '사리'라는 것을 거의 확정할 수 있다. 첨가 물질에 따라서 용융점이 낮아지기도 한다.

화장터에서 사리가 잘 생성이 안 되는 이유를 '온도'와 '첨가물질'의 차이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화장장의 시체 소각 온도는 대략 800-1000도 정도 된다고 한다(참고). 물론 화장장에서 '사리'가 나온 예가 있기는 하다("70대 노파 유골서 400여개 결정체 추출"). 이 경우 온도 등의 조건이 우연히 맞았을 개연성이 있다. 최근에 나온 상대적 저온의 '유골분 결정화 기술'(업체 측 주장기술독점권 서술을 볼 때)을 볼 때, 유골과 어떤 물질이 섞이면서 용융점이 낮아져서 발생한 일로 이해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이해가 확산되면 '고승의 사리' 이야기가 사라지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유골분 결정화 기술'이 그렇게 큰 시장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기에(반려 동물 화장 시장은 다른 것 같지만), 종교적 신비에 관한 이야기의 아성이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것 같다.

‘수행 도력이 유리 구슬 같은 사리를 만든다’는 썰은 그러니 우연히 조건이 맞아 생기는 일에 대한 불교적 ‘해석’으로 거의 확정할 수 있다. 유골 숭배가 그러한 ‘해석’ 안에서 흐릿해졌다. 이러한 해석이 실질적 설명력이 없다면(수행 방식과 무관하다면), 유골 숭배의 모습이 더 뚜렷하게 부각되게 된다.

이를 통해서 ‘주술적 관념’(종교적 가치가 높은 사람의 신체 일부분이 특별한 초자연적 힘을 가지고 있는 물질로 표상되는 것)이 ‘사리 숭배’를 발생시키고 지속시켰지만, 그것을 정당화 하는 이유는 ‘불교적 해석’을 통해서 전혀 다르게 만들어졌다는 점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덧붙여서, 종교적 현상에 대한 과학적 분석의 목표가 ‘가성비’를 고려하여 설정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사회적 쓸모를 고민하지 않고 ‘과학적 설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거나 그저 관념적 선언에 불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기적’, ‘귀신’ 등에 대한 직접적인 과학적 연구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귀신’을 연구할 게 아니라, 뇌의 특정한 상태의 특성(병리적 문제와 관련된)을 이해하는 데 목적을 둔 연구나 인간 의식의 메커니즘 분석(병리적 문제를 다루는 기초 연구로서)에 목적을 둔 연구에서 ‘부수적’으로 다뤄 볼 수 있을 것 같다.

‘가성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호구’라면 ‘종교 단체’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은 연구자들에게 돈을 퍼 부어서 종교적 신비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다. 종교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을 반대 급부로 제시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 대해 연구자들은 보통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이래저래 종교 문화에 대한 연구는 상상놀이에 머무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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