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닷컴' 게시물에서 '성지' 개념은 어떻게 출연했나?

2020. 6. 14. 16:42여행, 답사, 참관

[노이질러, “성지순례 왔습니다”, 온라인 병맛종교코드에 대해]의 후기

이미지 클릭하면 해당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다.

방송 준비하며 밝히지 못한 문제를 정리해 본다.

‘성지’의 탄생
‘성지’ 명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직접 해당 게시물 댓글을 디벼봤다. 코딩을 잘 알았으면 하고 땅을 치고 후회하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노가다로 넘겨 보았다지. 무식하면 몸이 고생이다.

이 문제는 나중에 편집할 때, 조금 살펴 본 것이었다. 최초의 성지글로 불리는 ‘쿠키닷컴’ 게시물의 댓글을 바탕으로 생각해 본 것이다. 

이미지 클릭하면 원본 글로

애초 이 게시물에 종교적 의미가 자리잡을 곳은 없었다. 디카 거래물을 패러디한 장난스러운 게시물이었고, 사람들도 재밌다는 반응이었다(재미없다는 사람도 물론 좀 있었다). 같이 진지하게 ‘놀이’에 임하는 반응이 많았다.

이 호응이 임계점을 ‘돌파’한 것으로 인식된 순간, 이 게시글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바로 다음 날부터 ‘댓글 신기록’이 주목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댓글 폭발에 대한 분석 댓글이 붙기 시작했다. 작성자의 장난 코드에 반응하는 댓글(사겠다, 상품에 하자 있다, 택배비 어떻게 되냐 등등), 재치에 재밌어하는 댓글, 댓글 신기록에 놀라는 댓글, 중독을 호소하는 댓글(여러 번 들어 온다는), 일부 게시자를 비판하는 댓글(실없는 녀석 등) 등등이 달렸다. 댓글이 길어지면서 ‘댓글 읽기 힘들다’는 댓글이 등장하고, ‘댓글이 뜨지 않는다’는 호소가 늘기 시작했다.

이 게시글 댓글에는 초기부터 사람들의 폭발적 호응이 주목되었으며, 어디까지 기록을 갱신할지, 댓글 로드에 시간이 걸린달지 등의 언급들이 나왔다. 초창기 상당수 댓글들은 작성자의 장난 코드에 호응하여 그럴 듯하게 댓글을 다는 류가 많았다.

'명소', '관광지', '기념비적 공간' 등 특별한 장소라는 관념은 초기부터 등장

그와 함께 '인기'에 대한 의미부여 댓글들도 속속 달리기 시작했다. 기네스북 언급 등이 있는가 하면, 역사의 현장, 기념비적 장소, 명소로 해당 게시물을 표현하는 댓글들이 속속 늘어났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마치 명소에 낙서를 하는 것 같은 '00아 사랑해'와 같은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2001년 7-9월 사이에 벌어진 일).

그나마 종교적 표현이 이 게시물에 붙여진 것은 '전설'이나 '신화'라는 표현이었다(실제 종교적 뉘앙스는 전혀 없었다).

단발성으로 "자 오늘도 여기 모인 이들에게 복을 내려 주옵소서...나무아미 아멘"(2001년 9월 16일)과 같은 댓글이 달린 바는 있다. 이런 양식이 주목을 끈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아햏햏'의 상륙, 햏자, 수햏의 연상과 '성지'의 출현

2002년 6월 '아햏햏'의 유행이 이 게시물 댓글창에도 상륙했다. '아햏햏'은 특정 사이트 사용자들에 대한 '수행자적 이미지'를 파생시켰다. 햏자, 수햏, 득햏 등의 표현이 종교적 용어를 환기시키면서 각광을 받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기존의 '명소' 관념과 '햏자'의 결합이 '성지'라는 지칭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햏자(211.195) │ 수많은 햏자들의 성지라오..  2002.07.25 21:23:07

2002년 7월 25일 한 댓글에서 '성지'라는 표현이 처음으로 목격된다. 그리고 이내 이 개념이 유행을 하게 된 것은 아니다. 그로부터 3개월 정도 산발적으로 '성지'라는 표현이나 '성지 순례'라는 표현이 사용되다가, 2002년 10월 이후부터는 이전에 비해서 사용 빈도가 높아진다.

정리하자면, '성지'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쿠키닷컴'의 인기, 해당 게시물에 대한 명소 이미지 형성+아햏햏의 햏자/수햏 드립의 확산이 맞물리면서 튀어나온 표현이다. 그러한 의미론 환경이 상당 기간 지속이 되면서 '성지', '성지순례' 표현의 적합성이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이 표현이 안정적으로 뿌리 내리게 된 시기는 2002년 하반기에서 2003년의 일로 보인다('쿠키닷컴' 댓글 동향을 볼 때).

 

더 생각해 볼 거리

'성지순례'가 압도하는 시기는?

'성지글'이 무엇이고, 성지순례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언제 정형화 되었을까?

'성지'니까 소원빈다, 는 언제부터 눈에 띄게 나타나는가?

아마 그 외에도 할 이야기가 많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직접 '쿠키닷컴'의 댓글들을 들여다 보고 분석해 보기,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