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그림자꽃'을 보고 왔다(의외로 흥미롭게 봄)

2021. 10. 26. 12:41etc/영상읽기

정말 우연히 이 다큐의 시사회에 갔다왔다. 팬데믹 이후 첫 극장 나들이였지만, 그에 대한 감흥도 없이..

평양 아줌마가 북에 돌아가지 못하는 사연을 다룬 다큐라는 정도만 사전정보로 알고 가 보게 되었다.

탈북자의 송환 문제인가? 어떤 사연이 있길래 남한 정부에 '북에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것일까? 정도의 막연한 질문을 안고 보았다.

러닝타임 108분, 짧지 않은 다큐, 그러나 지루하거나 마냥 무겁기만 한 다큐는 아니었다. 우리 체제의 문제, 특히 국가보안법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게 전체 이야기의 핵심은 아니었다.

시사회 전 무대인사에서 '배우'로 호명된 주인공 김련희는 자신을 '평양 아줌마'라고 하며, 가족을 특히 딸을 만나고 싶어 북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 다큐의 핵심 소재는 '가족'이었다. 그야말로 '이산가족'.

이산가족이 된 사연이 독특하다. 간이 안 좋아 더 나은 치료를 받기 위해 중국에 나왔다가 병원비 때문에 식당일을 했고, 남한에서 더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브로커의 말에 속아 여권을 빼앗긴 채 남으로 넘어와 국정원 조사를 받으며 '전향서'에 서명을 하고 국가보안법 탓에 남한에 '갇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게 2011년의 일이라고 한다.

간첩 활동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 그것도 북에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자신이 조작해서 신고한 일이라고 한다. 북의 지령을 받고 탈북자 연락처를 수집한 것이라 '자수'했다는 것이다. 단지 간첩이 되면 남한에서 북으로 추방되리라 생각해서 저지른 일이라고.

'아, 안타깝다. 어떻게 자유 대한민국에서 분단의 한계에 갇혀 한 여인의 소망을 이렇게 짓밟을 수 있는가.'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것만은 아니다. 21세기에도 이어지는 우리의 분단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 주는 면이 있다.

어느 신문에서 "민족의 비극을 개인의 아픔과 차분한 시선으로 바라본 〈그림자꽃〉"으로 표현했는데, 정확하게는 '분단의 현실을 개인의 아픔과 남한 사람들의 시선을 교차시키며 담담하게 묘사하는 다큐'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북에 대한 적대감, 오해와 편견을 드러내기도 하면서, 북한 시민의 보통의 현실 감각(사상교육, '위대한 영도자')도 보여준다. 분명 '나쁜 사람들'을 정해 놓고 욕을 하는 다큐가 아니다. '이 여인을 가족의 품으로 어서 돌려 보내야 한다'는 정해진 답을 강요하는 다큐가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이 다큐의 또 다른 주인공은 분명 '남한 사회'다. 우리 사회는 왜 그녀를 남한에 묶어 두고 있는가? 국가보안법 때문이다, 정치세력의 문제다, 여러 가지를 이야기해 볼 수 있겠지만,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은 남북한의 분단 현실이 더 부각된다.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는 등 남북 화해의 분위기가 무르 익었지만 이산가족 상봉과 교류,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경협 재개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상징적인 '종전 선언'도 아직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 위에 북미관계가 놓여 있고, 한반도 주변 열강의 이해관계가 제약 조건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은 여전히 실정법으로 작동하고 있는 현실.

다큐를 보고 나서, 그런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평양 아줌마를 집에 보내주는 일이 간단치 않으리라는 걸, '1, 2년 내에 돌아가겠다'는 딸에게 한 약속이 아직도 연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생각하게 된다. 종전 선언, 평화협정, 국보법 폐지 등이 순차적으로 성취된다면 현실화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답'을 주는 다큐는 흥미롭지도 재밌지도 않다. '질문과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다큐는 흥미롭다. 〈그림자꽃〉은 흥미로운 다큐다.

이 다큐의 숨은 백미, 굵직하고 무거운 문제의식에 가려지지 않을 만큼, 애틋한 가족애를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장치가 있다. 남녘의 평양 아줌마와 북녘의 딸과 남편을 모두 스크린에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산가족'을 관념적으로가 아니라 시각적 현실감을 가지고 느낄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 특별하다.

이 다큐를 보게 되면, 어느 순간 눈물이 흐르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 사람들에게 호소력이 클 것 같다. 물론 스크린으로 접하게 된다면 말이다. 부디 긴 시간 극장에서 살아남아 많은 사람들이 '이산가족'의 아픔을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김련희씨가 부르는 '그림자꽃'이 나온다. 다시 들어보고 싶었는데, 검색해도 나오지 않네. '그림자꽃', 타이틀의 의미는 그 가사를 보면 정확하게 알 수 있을 듯하다.

이제 유튜브로 볼 수 있게 되었다(11월 3일 공개).